- 책 소개
눈보라 치는 길 위에서 겪은 극한의 고통과 우정의 기록. <아이슬란드 너는 나에게 뜨거웠다>
저자 박종성은 간절기 옷에 얇은 텐트를 짊어지고 67일 간의 아이슬란드 여행길에 오른다. 그는 아이슬란드의 외곽을 따라 710km를 걷고 산악지역은 히치하이크로 676km 총 1386km를 횡단한다. 오로라와 설경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풍경과 텐트를 짊어진 여행자의 현실은 정반대다. 빈 집에서 가위에 눌리고 공중화장실에서 자고 주린 배를 안고 눈보라 속을 걷는다. 때론 서럽고 힘들어 다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치고 올라온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좋다, 비바람아 어디 불어봐라. 힘껏 밀어내 봐라. 누가 이기는지 한 번 해보자.’ 오늘은 어디에 도착하게 될지, 어디서 자게 될지 모르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희망을 가지고 또 한 걸음 한 걸음 꿋꿋이 걸어갔다. 아이슬란드의 겨울은 지독히 차갑지만 거기에는 너무나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배낭을 메고 걷는 그에게 차를 돌려 다가가 태워다 줄까 묻고, 빈 방도 내어준다. 마치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저녁을 대접하고 다시 길에 나서는 그에게 따뜻한 커피도 챙겨준다. 그는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 절대 잊을 수 없는 폭포의 절경도 마주하고, 화장실에서 같이 잘 친구도 만난다. 아름다운 오로라는 사진기로 담아내기를 포기하고 그저 말없이 바라본다. 67일간의 생생한 여행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그의 여행에는 너무나 차갑고 너무나 따뜻한 순간들이 강렬하게 공존한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저자의 발걸음에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 저자 소개
박종성 평범한 사람 하지만 조금 평범하지 않은 여행을 하는 사람 전역을 하고, 다니던 대학을 중퇴했다. 그 뒤로 세상에 조금씩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고, 언젠가부터 여행이 되었다. 학교에서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보다, 여행길에서 원하는 대로 떠도는 것이 좋았다.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 여행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찾지 못하였다. 이제 겨우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도를 알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직도 여행을 하며, 계속 알아가고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언제까지고 여행을 하고 싶다.
- 출판사 서평
저자 박종성은 평범한 여행가가 아니다. 그의 여행기에는 맛집이나 관광명소가 담겨있지 않다. 그는 25kg의 배낭을 짊어지고 아이슬란드 도보 횡단길에 나선다. 설레임을 가지고 출발한 첫 날. 물통의 물이 점점 얼어가고 추운 날씨에 몸도 마음도 점점 어는 듯하다. 첫날밤은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다. 현지 친구의 조언대로 찾은 폐가는 당장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만 같다. 어쩔 수 없이 텐트를 설치하고 덜덜 떨며 가위에 눌려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그래도 아침은 온다. 여행은 시작되었으니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몰아치는 눈보라 앞에서 나홀로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침에 되면 또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누구와 약속을 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이 갈 수 있는 만큼 가보는 거다. 언젠가 후회하지 않도록. 그는 멈추지 않는다. 모두 스스로 정한 일이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여행을 하는 중이다.” 추위 속에서 잘 곳을 찾는 일은 가장 힘든 일이다. 강풍이 부는 허허벌판에 텐트를 치기에는 너무 춥다. 함부로 사유지에 텐트를 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염치고 체면이고 다 내려놓고 불이 켜진 집을 찾아 초인종을 누르고 하룻밤만 자도 되겠냐고 묻는다. 지독히 추운 아이슬란드에는 예상외로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폐가에서 자려는 그를 구하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저녁 만찬에 초대하기도 한다. 갓 구운 스테이크를 먹으며 감동한 그에게 이게 당연한 거라고 말한다. “세상은 감사하는 자들의 것이라는 말이 가슴으로 와닿았다. 세상은 감사하면 할수록 더 감사할 일을 만들어주었다. 소중히 해야 할 삶의 진리를 여행 속에서 배워가고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추위와 극한의 고통,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 또 오로라와 온천 등의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너무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 이보다 더 차갑고 더 뜨거운 곳이 있을까. 감성적인 사진이 가득한 책장을 넘길수록 저자와 함께 차고도 뜨거운 아이슬란드를 깊이 탐험하게 된다.
“나는 지금 아이슬란드를 그리고, 이곳의 겨울을 여행하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이 시리게 추웠던 겨울을 기억하겠지만, 이 따뜻함 또한 함께 기억 할 것이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 본문 속으로
61페이지
또 하루를 버텼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드디어 이 무모한 여행을 시작한 지도 일주일째가 된다.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지만, ‘과연 가능할까?’ 하며 시작했 던 일을 한 걸음씩 해나가고 있다. 조금씩이지만 가까워지고 있다.
81페이지
나는 멈추고 싶었지만, 계속 나아가야 했다. 나아가지 않으면 돌아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더 힘들고 외로울지도 모르지만, 갈 수 있는 만큼 더 가보고 싶었다. 누군가 걱정해주고 조언해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멈춰 서더라도 내 의지로 멈춰서고 싶었다. 그래야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길 위에서 그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그 선택의 순간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84페이지
지독한 맞바람이었다. 상대가 마주 보고 화를 내니, 나 또한 화가 났다. 울분에 받쳐있는 얼굴 위로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홀로 이 비바람 속을 걷고 있다는게 너무 서러웠다. 순간 다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었다. 날씨가 험악해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고 다시 안나네 집으로 돌아가 레이캬비크로 돌아가는 버스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악 같은 것이 치고 올라왔다. ‘좋다 한번 불어봐라. 힘껏 밀어내 봐라.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
85페이지
고민 끝에 결국 마음 가는대로 하고 말았다. 나중에 보지 않은 걸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힘겹게 마음을, 발걸음을 폭포 쪽으로 돌렸다. 잠시 후 도착한 그곳에서는 거센 비바람과 함께 거대한 폭포의 물줄기가 흔들리고 있었다. 과연 엄청나게 물을 뿌려댔다. 덕분에 시야는 엉망이지만, 마주한 폭포는 굉장했다. 거대한 물줄기가 가슴을 관통해 울분을 씻어주는 것만 같았다. 살면서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다.
93페이지
단지 나는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을 뿐이고, 행동했을 뿐이다. 무언가 돌려주고자 시작한 일이었는데, 정작 행복해진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건네는 인사에 돌아오는 환한 미소를 보며 가슴 속 깊이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길 위에서 행복해졌고, 누군가도 행복하길 바랐다.
119페이지
“이렇게 여행하는 거 너무 힘들지 않아? 주린 배 잡아가면서 걸어다니고, 추운 곳에서 매일 밤 잘 곳을 구해야 하잖아. 가끔은 구걸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스스로 불쌍하거나, 비참한 적은 없었어?” 어떻게 멋스럽게 대답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형이 먼저 멋진 답을 내줬다. “아니다. 괜찮겠다. 어쨌든 전부 네가 선택한 거잖아.” 정말 그랬다. 전부 스스로 선택한 거였다. 배고프고, 춥고, 외로운 것도 전부 내 가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딜 수 있는 거였다. 스스 로 선택한 것이기에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아마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그렇다고 스스로를 원망할 수도 없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여행을 하는 중이다.
94페이지
화장실은 기대 이상의 선택이었다. 일단 화장실 밖으로는 테이블이 있어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전등, 전기도 있고 물까지 나와 씻을 수가 있었다. 자다가 화장실 가고 싶을 때는 눈 뜨면 바로 화장실이니 얼마나 편리한가 하고 스스로를 참 많이도 위로했다. 마음을 비우니 멋진 곳이란 사실은 분명했다.
230페이지
“그래. 너 지금 굉장히 빛나 보여.” ‘빛나 보인다고?’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기분 좋은 이야기였다. 씻지 않아 기름이 번들거리는 게 아니라 행복이 나를 빛나게 한다니. 그녀의 말이 맞다면 나는 어쩌면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빛나는 시절을 사는 것이었다. 여행이 끝나면 언젠가 이 빛을 잃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나에게는 빛나는 시절이 있었다’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고 소중히 추억하고 싶다.
312페이지
‘무슨 놈의 나라가 이렇게도 따뜻하단 말인가? 내가 전생에 이 나라를 구한 것 도 아닐 텐데.’
314페이지
아이슬란드어에 가만히 귀 기울였고, 때론 주인공이 되어 나의 여행기를 들려줬다. 나는 혼자 여행하고 있지만 사람이 있으므로 여행은 더 풍요로워지고, 인생은 더 따뜻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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