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정가 15,000원 사이즈 128 x 188mm 페이지 280page 제본형태 무선제본 분류 에세이 지은이 강준서, 구달, 김봉철, 김은비, 김종완, 안리타, 최유수 출판사 디자인이음 출판년월일 2019년 1월 10일 ISBN 979-11-88694-34-1 03800
- 책 소개
첫 글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독립출판 작가들의 글쓰기 창작노트
글을 쓴다는 것은 오롯이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모두 잠든 새벽녘 하루의 넋두리와 스쳐간 감정들이 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글로 남겨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두 줄 적어가다 보면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요. 자신의 생각을, 그날의 느낌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써내려갈 수 있다면 그것이 SNS든 한 편의 에세이든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이에게 도움이 될 조언들을 일곱 명의 독립출판 작가님들께 요청했습니다. 강준서, 구달, 김봉철, 김은비, 김종완, 안리타, 최유수. 그들은 텀블러에 기록하기도 했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은 누구보다도 진지했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수한 고민들이 필요했습니다. 이 책에는 일곱 명의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글은 큰 위로와 격려가 되어줍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의 글을 시작해보세요.
저자소개
강준서
'파도 속에서 평온을 믿자, 춤을 추자. 각자의 파도 결을 온전히 바라보다 나만의 수영법을 만들어내자.' 글이 가진 힘을 믿기 때문에 여전히 씁니다. 나는 쓸 때 가장 몰입하고 가장 빛나요. 당신이 만난 세상의 총량 중에 아름다움의 지면을 넓히는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책 『순간을 대하는 태도』 『맑음에 대하여』 전시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팝업 프로젝트 〈Les Jardiniers in Paris〉
구달
근면한 프리라이터.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며 글쓰기로 먹고사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 중.
『아무튼, 양말』 『한 달의 길이』 『일개미 자서전』 독립출판물 『블라디보스토크, 하라쇼』 『고독한 외식가』
김봉철
독립출판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글이 아닌 비주얼로 승부하는 중.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이면의 이면』 『봉철비전 - 독립출판 가이드북』 『마음에도 파쓰를 붙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제작
김은비
사랑하고도 불행할지라도, 언제나 사랑 안에서 행복하기를. happy.
『스친 것들에 대한 기록물』 『꽃가거나 좆같거나』 『임시 폐업』 『이별의 도피처 사랑의 도시』 『사랑하고도 불행한』 『당신은 어떤 시간에 계신가요?』
김종완
낮의 창문 모양의 햇빛을, 밤의 달빛 묻은 고요를 사랑하고, 어디에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날들 속에서 글 같은 걸 쓰고 책 같은 걸 만든다.
『너무 조용한 밤에』『택시를 잡는 여자』『이상해』『하염없이 눈 내리는 밤』『연인들』『달빛 아래 가만히』『우리는 사랑을 사랑해』『커피를 맛있게 마셔 잠이 오지 않으면』외 다수 책방 ‘지구불시착’ 〈밀실의 소설가들〉 워크숍 진행
안리타
마음을 다해 삽니다.
『우리들의 청춘, Portrai』 『이, 별의 사각지대』 『사라지는, 살아지는』『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전시 <찢고 나온 문장들>
최유수
시처럼 잔잔하고 감미로우면서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에세이로 독립출판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전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 현 소규모 출판사 도어스프레스(doorspress) 대표
포스터형 사진잡지 《Brett Magazine》 발행 독립출판 에세이 『사랑의 몽타주』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 『아무도 없 는 바다』 『영원에 무늬가 있다면』
- 출판사 서평
독립 출판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는 일곱 명의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독립출판은 글과 그림, 디자인, 인쇄, 제본, 마케팅, 유통까지 작가가 직접 진행합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독립 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창작자들의 수도 증가했습니다. 독립 출판은 형식의 제약이 적기 때문에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공 덕분에 컴퓨터를 다루는 일에는 능숙했지만 출판과 인쇄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상태였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조차 없었다. 웬만하면 주변을 수소문해 도움을 청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최유수)
백지에의 공포, 설원에 내딛는 첫 발자국
글을 쓰는 데 가장 어려운 과정은 시작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흰 종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집니다. 깜박이는 모니터 커서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죠. 글을 써나가는 것은 백지에의 공포를 이겨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작가들도 때로는 글이 어디로 향하는지 결정짓지 않은 채 시작한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가면서, 또 수십 번의 퇴고를 거치면 비로소 글에는 생명이 부여됩니다.
“어떤 끝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설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백지에 첫 문장을 시작으로 소설을 써내려가다 보면, 꽤 마음에 드는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소설을 써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김종완)
글을 쓰는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글을 쓰는 순간, 주변의 소음이 들리지 않고 내 안에 무언가에 집중합니다. 마음의 결을 다듬고 한 글자씩 써내려갑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나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언제나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는 변함없이 나를 위해서다. 나는 글을 씀으로써 나 자신을 치유한다.” (강준서)
이 책에는 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깊은 성찰이 담겨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일곱 명의 작가들은 글을 쓰는 마음가짐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글을 시작해보세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막막하고 외롭게. 글은 나를 돌아보게 해주었고 나를 치유해주었고 다른 이의 삶에 관심을 갖게 했고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새로운 글을 준비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할 수 있어요. 이제 당신의 글을 시작해 볼 시간입니다.
목차
단어가 감정이 될 때 - 최유수 사랑을 쓰는 삶에 대하여 - 김은비 삶이라는 병명 / 존재의 이유 - 안리타 설원, 백지에 - 김종완 어느 프리라이터의 고백 - 구달 안녕하세요, 김봉철입니다 - 김봉철 우리는 서로의 삶을 한구석 살릴 수 있다 – 강준서
_ 책 속으로
최유수
27페이지
가장 좋은 글쓰기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문장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것은 없다. 솔직한 문장은 위대한 통찰을 담을 수는 없을지 몰라도 누구에게나 좋은 문장이 될 수 있다. 문장 속에서 발가벗고 가장 솔직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아의 파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게 솔직해지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들 중 하나다. 나 또한 완벽하게 솔직해지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동안 나 스스로에게 매번 묻는다. 이 문장은 진짜 내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지, 애써 포장하거나 거짓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이 흘러 다시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지. 이 파편들이 정말 나의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김은비
52페이지
사랑이라는 행위가 의미를 갖는 순간은 서로가 약속한 자리를 지키는 동안만이다. 나의 경우에는 지난 사랑을 하나의 무덤으로 만들어 애도한다. 처음에는 애도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택했지만, 지금은 사랑과 더불어 글쓰기가 나의 전부이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에는 나를 가장 불행하게 하는 힘이 공존한다. 나는 이런 양날의 검이 좋다. 예측불허의 것들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사랑하는 동안에도 글을 썼지만, 사랑을 떠나보내는 순간마저도 글을 썼다. 이런 행위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경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안에 사랑을 참을 수 없었고,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내겐 그래서 글쓰기와 사랑은 닮은꼴이다. 비록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기억일 테지만 그 기억들이 글자가 되었을 때, 내가 잊어도 누구 하나쯤은 기억해줄 거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했던 내 모습과 내가 가진 사랑의 열정을 이렇게나마 잡아두고 싶다. 영원할 수 없는 환상의 마음은 이런 과정을 통해 영원히 박제된다.
안리타
126페이지
살아남아 볼게요 저는 언어를 엮는 일을 하지만 언어를 믿지 않아요. 말의 속성은 대체로 무책임의 영역에 가까웠습니다. 언어가 타자를 향할 때는 무척 신중해야 했습니다. 어쩌면 당신들에게 힘내, 라는 말을 침묵하는 것이 가장 큰 위로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습니다. 글이 삶을 결코 추월하지 않도록 매 순간 자신을 경계합니다. 차라리 당신 앞에서 제 스스로 넘어지고 일어서는 장면을 몸소 보여드리겠어요. 멀리서 당신의 어둠을 바라보고 조언하기보다는 울고 있는 당신 곁에서 제가 먼저 넘어져보겠습니다. 자주 넘어질 것이며, 넘어진 자리에서 방향을 다시 잡아갈 것입니다. 바닥이라는 말 참 좋아요. 여기 이 바닥. 적어도 저는 바닥에 대해서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당당히 말할 자격을 획득할 것입니다. 그런 글을 쓰고 싶고요. 살아남아 볼게요.
김종완
159페이지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걸었는데 우연히 들어가게 된 쌀국수 집의 쌀국수가 정말 맛있을 때, 나는 ‘소설 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끝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설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백지에 첫 문장을 시작으로 소설을 써내려가다 보면, 꽤 마음에 드는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소설을 써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의 결말은, 내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하얀 설원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로 소설을 써내려갈 뿐이고.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카페에서 나와 저녁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내 발걸음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쌀국수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상한 말인 것 같지만, 운명 같은 게 있다면 이런 식이 아닐까. 우연히 들어간 식당의 음식 맛이 생각보다 맛있다거나, 소설을 다 쓰고 나서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꽤 마음에 들 때, 나는 운명 같은 것을 느낀다. 분량이 어떻든 간에 한 편의 소설을 쓰고 나면, 운명처럼 정해진 끝을 향해 내달리는 한 번의 생을 살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말한 것 같지만. 아무튼 맛있는 쌀국수였다.
구달
183페이지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음악에 귀 기울이며 느긋하게 썼다. 가끔 티라미수 한 조각씩 곁들이면서. 잘 써지지 않으면 적당히 노닥이다가 돌아왔다. 누구 하나 마감을 독촉하지 않으니 급할 게 없었다. 자신만의 속도로, 피곤하지 않은 선에서 천천히 썼다. 글 쓰는 주말이 행복했다. 회사 생활에 환멸을 느끼던 차였기에 상대적으로 더욱 달콤하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매일을 주말처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웬걸, 좋아서 하는 일을 생계와 연결 짓자 이내 현실이 밀려들었다. 이제 그는 웬만해서는 글 쓰러 카페에 가지 않는다. 오가는 길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아깝기도 하거니와 커피에 케이크까지 시켜 먹었는데 고작 열 줄밖에 못 쓰면… 마음이 심각하게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졌다. 쓰는 일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솔직히 괴로움이 더 크다. 같은 사람이 같은 일을 하는데, 그 일이 취미냐 직업이냐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달라졌다.
김봉철
200페이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알고 싶어 하는 건 동북아시아 지역의 강한 학구열과 주입식 교육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닌가 싶어요. 정답이 있어야 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아야 하는. 만약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실제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럼 나머지 부분은 허구일까요? 저는 시중에 나와 있는 에세이들이 전부 100퍼센트 진심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오늘의 진심이 어제의 진심과 다를 때, 그건 허구를 이야기한 것이고 거짓일까요. 사람들은 매 순간 변해요. 자신이나 타인을 몇 마디 말로 평가하고 또 거기에 가둬놓으려는 시도들로부터 인간관계는 실패한다고 생각해요.”
강준서
237페이지
감정을 처리하는 일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언제나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는 변함없이 나를 위해서다. 나는 글을 씀으로써 나 자신을 치유한다. 우리는 흔히 상황이나 감정이 들이닥치는 일을 파도가 치고 부서지는 일에 비유한다. 감정의 물결을 쓰다듬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나의 소중한 것들이 범람해버릴까 겁이 났다. 내 감정에 대한 미숙함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서툰 우리가 모두 저지르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돌이키기 힘든 일이라서 감정에 대한 성숙한 대처를 쌓아가야 한다. ‘마음 가는 대로. 흘러 가는 대로.’ 어느 순간에는 이 말들이 내게 주던 위안이 사그라졌다. 종종 우리는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서 불안을 안고 다니기 때문이다. 혹은 순간적으로 확 일었다 사라질 마음과 시간을 지탱할 수 있는 마음의 구분이 힘들다. 하지만 그런 순간조차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들이 내게는 아주 중요해졌다. 여전히 흐르되, 자신이 흐르는 방향을 점검할 필요는 있다. 순간의 감정을 가늠하고 다듬을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유연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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