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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01 나의 넥타이/ 김동인
“목적 없는 여행을 한가로이 계속하는 동안 행장에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고 넥타이 한 개가 더 생긴 것뿐이다. 영국제 넥타이, 정가 17원 얼마. 회백색 썩 점잖은 빛에 동색으로 매우 검지는 않은 무늬가 놓인 영국인이 즐겨할 만한 것으로서 지금과 같이 ‘모던’이라든가 ‘시크’라든가 하는 말은 사용되지 않던 시대에 있어서는 동경서도 미쓰코시나 마루젠에 가지 않으면 구하기 쉽지 못한, 미쓰코시나 마루젠에도 견본식으로나 몇 개 겨우 장식하여 두느니만큼 고급의 우아한 넥타이로서 그 빛깔이며 무늬가 너무나 마음에 들기 때문에 좀 과히 비싼 감이 없지 않지만, 그리고 내가 그때 가지고 있던 양복과는 어울리지 않는 빛깔이었지만, 덜컥 사버렸다.”
金東仁(1900~1951). 1919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예지 ≪창조≫를 발간하여, 문장의 혁신을 보여준 소설가. 대표작은 「약한 자의 슬픔」, 「감자」. 빛깔이며 무늬며 마음에 쏙 드는 우아한 넥타이가 ‘나의 양복'과 조화되지 않아도, ‘나의 목'에 걸리지 않았어도, ‘나의 넥타이'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 궁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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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02 내가 좋아하는 솔/ 강경애
“당시 아버지를 여읜 우리 모녀는 어느 산골에 사는 고모를 찾았고 고모네 집 옆방살이를 하게 되었으며 그만큼 우리는 곤궁히 지내므로 하루에 두 끼니조차도 배불리 먹지 못하였던가 싶다. 봄철을 만난 송림은 그 잎이 푸름을 지나서 거멓게 성이 올랐고 눈가루 같은 꽃을 뿌려 숨이 막힐 지경, 향기가 요란스러웠다. 그리고 솔가지 속에 숨어 빠끔히 내다보는 하늘은 도라지꽃인 양 그 빛이 짙었으며 어디서인가 푸르릉거리는 이름 모를 새들은 별빛 같은 몽롱한 노래를 흘려서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곤 하였다. 거기서 우리 모녀는 부스럭부스럭 솔가래기를 긁어모았다.”
姜敬愛(1907~1943). 1931년 『어머니와 딸』로 데뷔하여 주로 빈민의 삶을 소재로 작품을 썼으며,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다. 대표작은 「지하촌」, 『인간 문제』. 황금빛 나는 솔가래기를 긁던 봄. 무엇으로도 갈음할 수 없는 어머니와 딸, 그 한때의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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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03 만습기/ 이효석
“삼십 줄을 겨우 잡아든 주제에 나이를 거들기가 낯간지러운 일이나 늦게 배운 끽연의 습관을 생각할 때, 나는 나이와의 관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서른에 겨우 담배를 익혔다는 것이 끽연의 습성으로서는 결코 이른 편이 아니고 만습의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서른과 끽연─서른에 담배 맛을 안 것이다. 그 쓰고 떫고 향기로운 맛을 비로소 안 것이다. 향기롭다고 해도 꽃의 향기도 아니요, 박하의 향기도 아니요, 소년의 향기도 아닌 어른의 향기의 맛을 비로소 알고 어른의 세계에 비로소 들어온 것이라고나 할까.”
李孝石(1907~1942). 「도시와 유령」으로 문단에 나온 이래, 자연과의 교감을 서정적인 문체로 그렸다. 대표작은 「화분(花粉)」, 「벽공무한(碧空無限)」. 냄새만 맡아도 질색이던 것이 이제는 그립고, 연거푸 태우게 되기까지. 어느덧 어린 세계와의 작별에 더는 투정 부릴 수 없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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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04 버스/ 김남천
“비로소 양도야지 같은 얼굴에 코끼리 같은 궁둥이를 가진 이 은색의 버스를 귀여워할 줄 알았다. 은색의 ‘코끼리’가 제비같이 날쌔게 달아나는 까만 택시보다 으뜸될 때는 아침밖에 없다. 그것도 경학원 입구에서 창경원으로 휘어돌 때와 원남동서 돈화문으로 다리 옆을 향하여 너울거리는 푸른 가로수를 창밖으로 내던지면서 뛰뛰 소리 기운차게 아스팔트를 지치듯이 기어올라갈 때가 그의 극치다.”
金南天(1911~1953).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추구했던 소설가로 광복 후 월북했다. 대표작은 『맥(麥)』으로, 여기서 한국식 아파트 생활의 단면이 관찰된다. 아카시아 숲속을 휘감아돌고, 차장이 올라타 있는 풍경이 아직 추억이 아니던 시절. 이른 아침, 값싼 향락자들의 경쾌한 꿈을 싣고 버스는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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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05 벽(壁)/ 이태준
“뉘 집에 가든지 좋은 벽면(壁面)을 가진 방처럼 탐나는 것은 없다. 넓고 멀찍하고 광선이 간접으로 어리는 물속처럼 고요한 벽면, 그런 벽면에 낡은 그림이나 한 폭 걸어놓고 혼자 바라보고 앉았는 맛, 더러는 좋은 친구와 함께 바라보며 화제 없는 이야기로 날 어둡는 줄 모르는 맛, 그리고 가끔 다른 그림으로 갈아 걸어보는 맛, 좋은 벽은 얼마나 생활이, 인생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일까!”
李泰俊(1904~?). 땅에 발붙인 인간의 묘사에 천착하고, 현대 소설의 기법을 완결한 소설가. 광복 이후 월북하였으며 대표작은 「그림자」, 「까마귀」. 넓고 멀찍하고 광선이 비껴 어리는…... 물속처럼 고요한 벽면을 함께 바라보며 화제없는 이야기로 날 어둡는 줄 모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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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06 수박/ 계용묵
“취미에 따라서 제각기 다르기는 할 것이로되 여름 과실로는 아무래도 수박이 왕좌(王座)를 차지해야 할 것이다. 맛으로 친다 해도 수박이 참외나 다른 그 어떤 과실에 질 배 없겠으나 그 생긴 품위로 해서라도 참외나 그런 어떤 과실이 수박을 따를 수 없다. 그 중후한 몸집에 대모(玳瑁)무늬의 엄숙하고 점잖은 빛깔이 우선 교양과 덕을 높이 쌓은 차림새 같은 고상한 인상을 주거니와, 감미한 맛을 새빨갛게 가득히 지닌 그 속심은 교양과 덕의 상징이라 아니 볼 수 없다.”
桂鎔默(1904~1961). 단편으로 이름을 날린 소설가로, 대표작은 「백치(白痴) 아다다」, 「별을 헨다」. 중후만 몸집에 점잖은 빛깔까지는 이해했는데요. 타과일과 비교할 수 없는 빛의 성질에다가 예술적 풍미라니! 손수 심고 가꿀 정도로 수박을 아끼는 이라면,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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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07 차(茶)와 나: 금붕어의 일기/ 이병각
“금붕어는 물만 마시고 사는 동물이다. 술 먹는 친구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금붕어 종족이라고 빈정댄다. 나 자신도 거기 대하여 아무런 이의가 없이 그냥 받아친다. 그러나 술 먹는 친구들의 빈정댐이 이 이상 나아가서 차 마시는 근본을 부정하고 멸시하려고 할 때는 용서하지 않고 이유를 캐게 되어 있다. 술 먹는 사람으로 볼 때는 술만이 먹을 만한 근거도 있고 멋도 있지만 차 먹는 금붕어의 종족으로서 볼 때는 차만이 고상한 취미인 듯싶다. 어떻게 하다가 차 중독이 되었나 하는 것은 금붕어 자신도 모른다.”
李秉珏(1910~1941). 청년 운동가이자 시인이나 요절로 인하여 작품활동의 기간은 6년이 채 안 된다. 대표작은 「여름 제물(祭物)」. 내일 일을 오늘 모르는 고민 많은 생활! 머리를 쉬이기 위해서 고독을 고독으로 고치려는 금붕어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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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08 높은 산을 넘어온 고온건조한 바람/ 이로
“대단한 육상선수의 생활을 생각합니다. 쉴 새 없이 몸을 만들고 다듬고 연습하고 관리해서 기록을 유지하거나 갱신하는 사람에게 1초 혹은 10분의 1초는 어떤 의미일까요. 같은 거리를 0.05초 더 빨리 달리기 위해 3, 4년을 온전히 다 바친 사람이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록을 보지 않아도 지금 단축했다고 알아채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 희열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로는 2009년부터 책방 ‘유어마인드',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운영한다. 연희동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반려자 모모미, 세 마리 고양이 모로로, 쿠리쿠리, 표표와 함께 지낸다. 학습된 평이한 세계를 우습게 우그러뜨려 줄 낱말과 문장, 언어의 두께를 가진 물체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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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09 영혼의 도구/ 폴 아브릴
“20제곱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작은 두 창 너머로 나와 세상을 마주하게 하는 도구. 그 창을 통해 나는 거시적인 세상으로 시야를 넓히고 반대로 세상은 미시적인 나에게 초점을 맞춰 들어온다.”
도자기를 빚으면서 그 속에 빛과 향기와 소리를 담고, 갖고 싶은 물건들을 직접 만들며 흥미로운 사연이 담긴 세상의 오래된 물건을 모으며 살아가는 폴 아브릴(Paul Avril)은 한남동에 있는 동명의 아틀리에숍에서 장색(匠色)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이곳에서 자연을 모티프로 한 도자기 그릇을 비롯해 자작나무 조명, 유리 접시, 금속 빈티지 저울, 돌멩이 비누 등 다양한 소재로 소박하지만 온기 품은 사물들을 선보이며 그 속에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 전한다. 삭막한 도시 한가운데서 마치 숲속을 거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작은 쉼터를 꿈꾼다. www.paulavril.co.kr 세상과 나 사이에 놓인 영혼의 도구 너머로 눈부신 햇살이 새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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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10 커피의 맛/ 이기준
“카페라는 공간은 손님에겐 낭만이겠지만 제겐 직장입니다. 무엇보다 제 편의가 중요합니다. ...소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지요. 저는 이 표현이 흥미롭습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친하지도 소원하지도 않은. 말이 안 되는 듯 모호하고 비합리적이지만 누구에게나 함의가 전달되니 신묘할 뿐입니다. 커피맛처럼요. 결국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되겠지만, 제 레종데트르는 커피맛을 표현할 언어를 찾는 것입니다.”
이기준은 그래픽디자이너로, 첫 직장은 두 달 만에 그만뒀다. 직장 다섯 군데를 거쳐 지금은 사장 겸 직원, 공부, 살림을 병행하는 험난하고 스릴 넘치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의 노동을 등지고 홀로 앉아 한 모큼 들이켜는 것만으로, 순간을 긍정하게 마법의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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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읽는기호11 타월의 탄생/ 김미래
“맨처음 타월을 만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목화솜부터 꼼꼼히 골라 채취해서 잘 말리고, 면의 결을 고르게 하여 원단으로 가공한 다음, 그것으로 딱 한 장의 타월을 만들었습니다. 과연 아주 보드라운 타월이 태어났습니다. 새로 만든 타월이 깨끗하고 단정한 벽에 걸렸을 때, 만든 사람은 물론, 보는 사람마저 뿌듯한 감정에 휩싸였지요. ...굳이 젖은 손이 아니어도, 봄볕에 데워진 고양이의 등을 만져보고 싶듯, 타월이 걸린 곳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씩 타월을 쓰다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김미래는 출판사를 다니지 않아도 자신이 편집자라고 생각한다. 지난겨울부터 스펙트럼오브젝트의 발제에 맞추어 간간이 짧은 글을 쓰고 있다. 용도 없이 태어난 타월이 사용자를 만납니다. 타월은 사랑을 받고 쓰임이 정해져가며 하루가 다르게 때가 탑니다. 그리고 이 책은 나무로 치자면 타월의 나이테가 열댓 둘레는 생겼을 때의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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