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은 적성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안주 씨는 어떻게 우주로 올라오게 되었습니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그야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안주는 날아오는 기로의 손을 잡고는 혀를 놀려 통신기의 전원을 내렸다. 그러고는 머리를 움직여 헬멧을 맞댔다.
“지구인은 적성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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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에서 기다려]는 각자의 이유를 쫓아 지구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4편을 담은 책입니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달아난 삐딱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 책에서 누군가는 커다란 집게발이 달린 우주선에 올라타 고장 난 인공위성 쓰레기를 청소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심해에서 발견된 거대한 가재를 우주로 올려 보내려고 고생하기도 합니다. 개인용 인공위성에서 작업하는 괴짜 예술가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우주 정거장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함께 지구로 사랑이 듬뿍 담긴 선물을 쏘아 보내기도 하죠.
위대한 영웅은 등장하지 않지만, 대신 골치 아픈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떠맡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선의가 보답받지 못하는 세상에도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 괴상하고 정신 사나운 별에 조금 더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책의 제목은 앞서 도착한 궤도에서 기다려 달라는 부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제가 되었든 쫓아올 사람들을 위해 기다리겠다는 작은 약속이기도 합니다. 거창한가요? 하지만 이 책에는 정말로 그런 마음을 담뿍 담았습니다.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지면 기쁠 겁니다.
아, 무엇보다도 [궤도에서 기다려]는 재미있는 소설책이니까요. 서가 한쪽에 자그마한 자리를 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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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장르 소설 기획 편집자 겸 작가입니다. 지금까지 창작 동인 웹진 편집장, 전자책 서점 MD, 웹소설 플랫폼 PD, 1인 출판사 대표 등으로 일해 왔고, 요즘은 무엇이든 하는 출판 잡역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7년 제5회 과학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주로 SF와 판타지, 호러 장르에 속하는 소설을 쓰고 만듭니다. 무난한 것보다는 독특한 것을, 안심을 주는 것보다는 상처를 내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내면에 숨겨 놓은 한 줌짜리 인류애를 믿고 험난한 세상으로 뛰어드는 게 잘하는 짓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새로운 작품을 써 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무정하고도 무심한], [저 개를 우주선 밖으로], [천의무봉 비현서가] 같은 책들을 썼습니다. 미씽아카이브의 운영자로서 소설을 쓰고 편집하고 책을 기획하고 표지와 내지를 디자인하고 조판하며 제작을 담당하는 등의 일들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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