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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입고소식

처음부터 끝까지 다 카포 알 피네 / 이도형 시집 디자인이음

by 다시서점터미널 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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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처음부터 끝까지 다 카포 알 피네

정가 10,000원

사이즈 128*204

페이지 161 page

제본형태 무선제본

분류 문학/시

지은이 이도형

출판사 디자인이음

출판년월일 2020년 5월 11일

ISBN 979-11-88694-61-7 / 03800

 

 

 

 

- 책 소개 : 다 카포 알 피네 - 처음부터 끝까지

 

이도형 시인의 음악 시집 <처음부터 끝까지 다 카포 알피네>는 음악에서 모티브를 떠올리고 음악처럼 흐르고 음악과 조우한다. 시와 음악은 일상적 언어의 중력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도형의 시는 음악과 함께 규정된 무엇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변주를 진행한다. 다카포 알피네는 ‘악보의 처음으로 돌아가 연주하고 마침 표에서 멈추라’는 뜻을 지녔다.「하나의 노래를 기억해」,「무한선율」,「어느 사형수의 아리아」「프리지아를 품고 다가갈게요」 등 60여 편에서 시와 음악이 때로는 여리게, 때로는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지닌 채 매혹적으로 유영한다.

‘고요 그 다음,

우리를 다녀간 계절들과 지금 불어오는 음악

파도가 발가락 사이로 차오르듯이‘

 

 

- 저자 소개 : 이도형

 

세상에는 시가 되는 사람과 시를 쓰는 사람이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시인 이도형은 1992년 태어났다.

 

시집 「오래된 사랑의 실체」를 내고 동명의 영화를 공동으로 감독했다.

「이야기와 가까운」,「사람은 사람을 안아줄 수 있다」 등을 썼다.

 

해피엔딩 강박증이 있다.

 

 

 

 

- 출판사 서평

 

시는 일상 언어의 중력에서 벗어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시어는 일상 언어의 껍데기를 쓰고 있더라도, ‘탈 - 일상’의 어느 영역을 도달하고자 한다. 음악도 그렇다. 가사가 있는 노래라 할지라도. 노래 가사 역시 시어처럼 일상 언어의 중력을 벗어난다. 시와 음악은 그러한 점에서 유사하다. 어쩌면 같다고도 할 수 있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다음과 같이 썼다.

 

'노래할 때의 인간의 목소리는 생물학적 종(種)의 울음소리와 습득된 국어(國語)의 중간에 위치한다.'

 

시와 음악을 통해 분출되는 것이 동물적이고 비이성적인 본능이라 할지라도, 시어와 노래의 껍데기는 배워서 습득한 사회 언어의 모습을 지닌다. 그 모순. 시와 음악을 통해서 일상 언어의 중력에서, 일상적 삶에서, 규정된 무엇에서, 벗어나고, 다시 돌아오기. 시와 노래가 끝난 뒤의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시와 음악에는 리듬이 있다. 시와 음악이라는 ‘탈 - 언어(사회적, 일상적 언어)’를 통한 ‘탈 - 일상’의 경험 후 우리는 우리 삶의 리듬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다 카포da capo 라는 연주지시어가 지시하듯, 질주하는 현재를 잠시 멈추고 생의, 문제의, 사랑의,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세계를 바라보자.

 

 

 

- 책 속으로

 

안단테 아름답게, 걸음걸이의 속도로

생의 끄트머리에 앉아바라볼 노을을 한 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음악으로 당신에게

이번 생은 내내은둔하고 있는 삶을 찾아 헤매는 중이야

섬으로 산으로 때론 서점으로

한없이 걷다가 청춘의 골목에 위치한작고 아늑한 까페에서 우린 만난 적 있지

어디에서 오셨나요 묻는 당신의 입술을 기억해

나는 당신은 어디로 가시나요 라고 대답했지

난파선을 타고 오는 길이에요

눈이 오는 곳으로 가야 해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도 흥얼거리고 있는 노래가 흐르고 있었고

우리 사이로 펄펄 내리던 분위기를 기억해

하지만 우리의 무거운 가방들은주인을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했어

우린 점을 치듯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았지

당신을 찾을 수 있을까요

서로 편지를 쓰도록 해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순간으로 우려낸 차를 마신 뒤 우리는

각자의 가방을 메고 길을 나섰어

말 없는 음악을 타고 떠나온 그 길이

내 생에 가장 소박한 악보로 남아 있네

나는 여전히 삶을 찾지 못했고어쩌면 상실된 것을 찾으려 헤매면서

원래부터 내가 잃어버린 건 없었거나

헤매다가 더 많은 걸 상실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내겐 사랑할 때마다 들려오는 멜로디 있으니

걷다가 만난 쉬기 좋은 그늘에서면이렇게 연주를 하고 있지

생의 끄트머리에 앉아바라볼 노을을 한 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음악으로 당신에게

 

-

 

다 카포 알 피네, 처음부터 끝까지

때로는 공허하고 때로는 아늑한

침묵과 눈시울의 연못이장맛비 내리듯 하염없이 차오르다가

어느 순간 온 아래로

둑이 터지며 흘러넘친다

동시에 몇 천 광년을 깜박이며 날아온 소행성이

마침내 도달해 지구에 부딪히고언어가 뜨겁게 타오르며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가난한 시인의 가슴과 충돌한다

벌이 최초이자 최후의 일격을 목숨과 맞바꿀 때

건반을 두들기던 손이 잠시 멈추면어떤 관객은 잠깐 숨을 쉬겠으며누군가는 마지막을 착각하고 이별하겠지만

연주자는 악보를 거슬러 올라 다시 연주를 한다

빠르게 되감기는 일필휘지의 붓경經으로 읽었던 편지들이 쓰이기 전으로

계절은 세탁기 돌듯이 돌아가고옥상에 넌 속옷들은 마르던 속도로 젖는다

느티나무 아래 소녀는 막 훌라우프를 돌리려 한다

그 그늘이 지기까지 비가 얼마나 내렸으며해는 어떤 풍경들을 지나왔을까

육지의 기억을 챙겨 배로 오르는 선원의 발소리와

잘 다녀와요 먼저 출근하는 이에게 하는 입맞춤

그래 오늘은 그 소리가 유독 아름다워

우리가 만날 수 있을 거 같은 예감이 들어

명령 없는 연서가 화사하게 피어 배달되고

온갖 날개달린 생명들이 껍질을 벗고 나온다

오로라가 극지로 당도하는 순간두 얼굴이 가까워지다가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숲 속의 족장이 아이들을 모은다

이제껏 들려준 얘기는 잊어버려도 괜찮단다

자 다함께 반짝이는 노래를 부르자

우리가 부른 노래는 끝이 나도우리가 만든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거란다

 

-

 

백색 음악

 

창문을 열자 눈이 쏟아져 들어왔다. 순식간에 콧등 과 양 볼에 눈이 내려앉았다. 눈은 소리 없이 쌓이면서 세상의 소리들을 증폭시킨다. 거리를 걸으면 뽀드득 뽀드득 쌓인 눈이 밟히며 비명을 질렀다. 하얗게 주차된 차들 아래에는 평소보다 더욱 명백한 어둠이. 크기가 제각각인 결정체들은 검정색 외투 위로 뿌려 져 빛나고. 조금 더 고요하고 조금 더 소란스러운 세 계. 눈을 잡으려 손을 뻗으면. 물기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마음. 눈이 내리는 거리를 걷다 문을 열고 들어 가려면 먼저 온 몸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야한다. 그렇게 떨어진 눈은 다시 거리에 쌓이고. 쌓인 눈이 내 리는 눈과 맺는 연대. 창 안에서 밖을 보면 음소거 된 풍경. 저 눈들은 어디서 와서 이 도시를 잠시 덮어주는가. 녹아 사라질 때 그들은 작별인사도 외마디 비명도 없이. 흰색 보다는 회색에 가까운. 내리는 눈을 보 면 내리는 감정들. 그 감정들 또한 눈처럼 말이 없고. 다만 어떤 사람이 지나갔는지 발자국들이 고발하고. 죄책감도 안도하는 마음도 눈에게 모조리 덮이고 드러나는데. 다시 녹았다가. 사르륵. 동네 아이들이 어느새 눈사람을 만들었다. 뭉쳐진 눈과 내리는 눈은 무엇이 다른가. 뭉친 생활과 조용히 내리는 감각은 어떻게 다르며. 우리의 마음은 어디서 쌓이고 말들은 언제 녹아 사라지나. 지금 발자국을 남기며 내리는 눈을 맞고 있는 이 누굴까. 눈이 내려 더욱 밝고 더욱 희미한 세계를 우리는 어떻게 지나고 있나.

 

 

 

- 목차

 

-1부-

창세기

다 카포 알 피네

전주곡

무한선율

탑승 후

심야 버스

샹들리에

아름다움이란 미미한 순간

프리지아를 품고 다가갈게요

레치타티보

황금 심장을 찾아서

두 音 법칙

템포 프리모tempo primo, 본래의 빠르기로

노래의 날개 위에

적색 음악

별과 노을의 주제가

자명종처럼

콜라 보체colla voce, 목소리를 따라서

 

-2부-

레토Leto

메조 피아노mezzo piano, 조금 약하게-선운사를 변주하여

백아절현

낮은음

하르방

자장가

야夜한 도시의 광光시곡

어느 사형수의 아리아

어스름들1

어스름들2

아다지오adagio, 느리게

트랙리스트 - 되감기

어떤 파도의 끝과 어떤 바위의 틈

청색 음악

우기의 한가운데

흑백 영화

이 사랑을 끝낼 때 더 이상의 노래는 없으리라

앙코르

유서를 쓰는 아침

유서를 읽는 밤

스미누엔도sminuendo, 점점 여리게 꺼져가듯이

 

-3-

연주자에게 - 음악의 동쪽에서 밝아오는 아침에

번지 없는 주막

시월

보낸 이, 몽마르뜨 언덕의 아멜리에가

모르모란도mormorando, 속삭이듯이

표정을 접어두다

상록수 - 서있음에 관하여

아리랑 고개 넘어가오

백색 음악

서릿발처럼 뿌득뿌득 지구를 밀어올리며

1월

집으로 돌아오다

오케스트라

혜화동6

조나단 라슨을 위하여

비블리오 클래식 까페

입춘

하나의 노래를 기억해

안단테 아름답게, 걸음걸이의 속도로

환상, 세계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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